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엘살바도르가 왜, 어떻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했는지, 그들이 말하는 ‘비트코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엘살바도르의 결단: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2021년 6월,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7일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그 배경에는 이 나라만의 경제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자국 화폐가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도 없고 통화 정책도 스스로 운용할 수 없습니다. 외환 보유고도 부족하며, GDP의 약 25%는 해외 송금(remittance)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돈을 보내는 가족들의 송금은 생계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기존 은행 시스템을 통한 송금은 수수료가 10% 가까이 되고, 몇 일이 걸리며, 시골 지역은 은행 접근성조차 부족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선택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은 국가 경계를 넘는 송금을 거의 즉시, 거의 무료로 가능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치보(Chivo)’라는 국가 공인 디지털 월렛을 배포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통화 채택이 아닌, ‘금융 접근성 확대’라는 명확한 목적을 기반으로 합니다.
엘살바도르가 본 비트코인의 진짜 목적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해 두 가지 목적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첫째는 ‘금융 포함(Financial Inclusion)’, 둘째는 ‘경제 주권 회복’입니다.
엘살바도르 국민의 약 70%는 전통적인 은행 계좌가 없습니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는 기존 금융 시스템 밖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모바일 월렛을 결합하면, 단순한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누구나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치보 월렛은 신분증 없이도 개설 가능하며, 비트코인을 주고받거나 현지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비트코인의 탄생 철학과도 일치합니다.
두 번째 목적은 경제적 자율성입니다. 엘살바도르는 미국의 달러 시스템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 정책을 바꾸면, 엘살바도르는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이기에, 특정 국가의 통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이를 통해 엘살바도르는 통화 주권을 되찾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이처럼 엘살바도르가 말하는 비트코인의 목적은 단순한 가치 저장이나 투기를 넘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자율성을 되찾는 수단’입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근본 철학과 가장 맞닿아 있는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 속 실험: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정책 결과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도입은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아직 명확한 성공 혹은 실패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실제로 치보 월렛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처음 이용해본 국민이 늘었고, 해외 송금 수수료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또한 외국인의 비트코인 기반 관광 소비도 늘어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주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심지어 ‘비트코인 시티’를 건설 중이며, 채굴을 위한 화산 기반 친환경 에너지 사용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은 국가 재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국민의 심리적 불안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특히 치보 월렛 보안 문제, 기술 이해 부족, 사용률 저조 등은 아직 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이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일부 투자자는 엘살바도르 국채를 불안정 자산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유일한 나라로서, 비트코인의 목적과 가능성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디지털 자산이 실물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본래 목적은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을 만들자는 데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이 철학을 실천으로 옮긴 국가이며, 지금도 그 목적을 향해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보는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자 수단이 아닌, 사회 혁신 도구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해줍니다. 우리가 비트코인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입니다.